사월, 그 두려운 사랑...최옥 그랬다, 사월은 끝내 백지로 남아버린 편지 말한마디 못하고 입술만 마르다 꽃잎처럼 날아가 버린 편지 같은 것 입술이 마를 때마다 먼 사하라의 어둔 밤 몸부림치는 모래바람을 생각했다 그 한알의 모래가 눈으로 들어 와 자꾸만 눈물샘을 건드렸다 그리움에 흘린 눈물들이 응고된 키만 큰 초 한자루 그것은 내 쓸쓸함의 키 붉어진 눈시울로 바다에 서면 서녘하늘 가득 그리움이 핏물처럼 배이고 있었다 그랬다, 사월엔 한번쯤 기차를 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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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4.26 사월, 그 두려운 사랑 ...
- 2020.04.23 어머니 꽃구경 가요 ...
- 2020.04.12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
- 2020.04.08 벚꽃지는 날 ...
- 2020.04.02 꽃잎, 꽃잎들 ...
- 2020.03.28 그땐 내마음이 저리 붉었습니다..
- 2020.03.24 봄길을 걷다 ...
- 2020.03.21 그리운 이 그리워 ... ...
- 2020.03.07 네가 있어 참 좋다 ...
- 2020.03.03 춘 신 ...
- 2020.02.15 2월에 내리는 눈 ...
- 2020.02.03 아련한 고향...
- 2020.01.27 겨울비가 내립니다 ...
- 2020.01.21 바람소리 ...
- 2020.01.09 돌아 갈 집이 아주 멀었으면 ...
- 2020.01.05 누가 무심한 시간의 길을 알겠느냐...
- 2019.12.29 마지막 보내는 시간 ...
- 2019.12.26 밤 눈 ...
- 2019.12.22 눈 내리는 밤에 ...
- 2019.12.17 아득한 날의 추억하나 ...
따뜻한 봄날...김형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 솔잎을 뿌려서 뭐 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그 사람에게 - 신동엽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린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벚꽃 지는 날 .... 홍 수 희 사랑이라고 다 사랑이 아니었구나 지천으로 피어 있던 너의 이름도 안아주고 싶었던 너의 슬픔도 눈꽃 같던 눈꽃 같던 너의 참회도 때로는 참을 수 없는 권태로 다가오느니 하늘은 저 하늘에 있는 게 아니었구나 내 마음에 또 다른 우주(宇宙)가 있어 그 곳에 비 내리고 바람이 불면 그 곳에 천둥 울고 벼락이 치면 그리움에 커 가던 나무 한 그루 산산이 부서지어 숯이 되느니 뜨락에 피던 꽃도 꽃이 아니었구나 눈물도 눈물이 아니었구나.....
너의 침묵 ...조 운 주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사랑이라고도 이별이라고도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선 나를 위한 최선의 배려라면 함께 한 시간들의 꽃봉우리는 피지 못해 스러져가는 기억들은 봄날 나무들 흔들어대는 바람을 누구도 탓하지는 않았다 때가 되어 가야한다면 기다림의 열쇠를 물고 긴 침묵의 강 건너려 했다 짧디 짧은 인연의 끝 붙잡고 보내지도 잡지도 못하는 너와 나의 가고 오는 계절마다 엮어 온 이야기는 바람 앞에 스러지는 꽃잎 꽃잎들인 것을...
진달래... 홍수희 그 땐 참, 내 마음이 저리 붉었습니다 당신이 지나치며 투욱, 떨어뜨린 불씨 하나가 내 영혼 가파른 벼랑 위로 잘도 활활 타들어 올랐습니다 타들어 오신 길 마저 닿을 듯 아슬한 그리움 문득 철렁이는 아픔 되어도 다시는 그 후 지나치며 투욱, 불씨 하나 떨어뜨려 주지 않으셔도 그 땐 참, 이별도 사랑이라 저리 붉었습니다
봄길 ... 최영희 얼마나 돌아온 길인가 메마른 숲길을 지나 서글픈 바람 속에서 발밑에 떨어져 쓸려간 낙엽을 기억한다 고뇌의 긴 그림자 땅을 비집고 파고드는 삶의 고뇌 속에 아팠던 시간 누이고 봄이 오는 길을 걷는다 남녁에서 오는 꽃향기에 철없는 민들레 풀섶마다 내려앉고 논두렁, 밭두렁엔 국수댕이, 냉이, 봄쑥이 지절대는 참으로 오랜만에 걸어보는 이 봄길 나비야 춤추어라 나의 사랑한 기억 봄의 왈츠를 타고 있다.
네가 있어 참 좋다...안성란 입술을 열고 너를 부르면 연둣빛 풋풋함이 나를 부르고 코끝에 매달린 향기로 너를 찾으면 바람이 부르는 그리움의 노래가 된다. 창가에 비추는 햇살로 너의 얼굴을 그려 보면 방그레 미소지며 따듯한 하루에 감사하게 되고 파란 하늘로 전하는 하얀 편지에 사랑을 고백하는 행복한 마음이 되어 보고 있지 않아도 만지지 않아도 듣고 있지 않아도 너를 전부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커다란 창가 우뚝 서 있는 벌거벗은 나무에 푸릇한 새싹이 돋듯 초록빛 정원을 만들어 주는 네가 있어 참 좋다.
춘신.../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2월에 내리는 눈...고은영 그리움이 못내 사무친 그린나래 그대는 먼발치 바람으로 머물러 구름이 되더니 쓸쓸한 눈발이 되어 흩날리느냐 2월 단장(斷腸)이 서글픔만 할까 보냐 가람의 그 투명한 얼음 꽃을 그려넣던 설경이 승천하지 못한 그리움으로 굽이치누나 한의 의미로 굽이치누나 굽이치다 기억에 묻힐 아픔이누나 더는 묻지 마라 가막새 우는 자리 2월의 행적엔 천년의 한이 뭉쳐 흐르나니 목메게 보듬다 갈피 없는 자국눈으로 흘러흘러 훗날을 도모하고 꽃잠을 깨우나니 봄을 일으키나니
하얀 그리움 / 김덕성 깜짝 추위로 칼바람이 창문을 두들기는 겨울밤 외로움이 밀려오면 화가는 아니지만 잊어가는 눈 내린 하얀 고향 풍경 마음으로 스케치한다 해가 질 무렵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저녁 짓는 냄새 굶주린 가난한 때라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었고 어머니의 푸근한 체온이 흐르던 그리운 아련한 고향 잊혀가지만 아직 생생한 하얀 그리움이 내겐 살아 있어 아름다운 세상이어라
겨울비... 이채 겨울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빗소리에 창을 열고 빈 가지 적시는 아픔이 되면 외로운 가로등마저 비어 젖어 거리의 이방인처럼 서있습니다 외로움으로 그리움으로 겨울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가 바람에 흩어지고 가슴에 떠 다니던 눈물도 흩어지고 비거리에 그대와 내가 흩어집니다 그대 떠난던 날 겨울비가 아프게 내렸습니다 오늘처럼
바람소리...곽재구 새미골 이 첨지는 올 겨울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가 자꾸만 서러웁다네 댓잎 속에 깃을 친 겨울새들 살 부비며 함박눈 날리는 하늘로 촤 솟아오를 때 아랫집 길주할멈 스무 살 청상이 된 눈빛 참 맑은 가시내 쇠죽 쑤는 이 첨지 곁 다가와 아궁이에 마른 솔잎 한줌 던져주기도 하다가 혜산선 기차 타고 삼수갑산 원족가던 여학교 때 이야기도 하다가 콜록콜록 눈 속에 파묻힌 고향집들 그날의 그리움들 불빛 속에 떠올리기도 하다가 기침소리 끝나면 눈벙거지 쓴 장독대 곁에 서서 오래오래 북녘 땅 바라봅니다 내일 모레가 설날인데 눈이 펑펑 곱게도 오는데 그리운 사람들의 기척도 들리지 않고 오십 년 기다림의 바람소리만 서러운 댓잎을 스쳐갑니다
눈 내리는 주막... 김복연 돌아갈 집이 좀더 멀었으면 좋겠다 이 밤 내내 돌아갈 곳이 없었으면 좋겠다 혼자 탁자를 다 차지하고 앉은 사람은 창밖 쌓이는 눈만큼이나 양식이 많은 사람일까 언제나 마지막 잔은 눈물일 텐데... 눈발은 그치지 않고 주막집 여자는 다 졸아든 선짓국 솥에 벌써 몇 번째 맹물을 붓는다 아직 한참 더 내릴 것 같죠? 아마 밤새도록 내릴 것 같습니다 구석진 탁자 위에서 까막까막 조는 갓등 돌아갈 집이 아주 많이 멀었으면... 없었으면 좋겠다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강제윤 바람뿐이랴 냄비 속 떡국 끓는 소리에도 세월이 간다 군불을 지피면 장작 불꽃 너머로 푸른 물결 일렁인다 부황리에 사람의 저녁이 깃든다 이 저녁 평화가 무엇이겠느냐 눈 덮인 오두막 위로 늙은 새들이 난다 저녁 연기는 대숲의 뒤안까지 가득하다 이제 밤이 되면 시간의 물살에 무엇이 온전하다 하겠느냐 밤은 소리 없이 깊고 사람만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먼지며 풀씨, 눈꽃 송이들 떠돌고 어린 닭과 고라니, 사려깊은 염소도 길을 잃고 헤맨다 누가 저 무심한 시간의 길을 알겠느냐 더러 길 잃은 별들이 눈 먼 나에게도 길을 묻고 간다
마지막 보내는 시간...이효녕 사람 하나 먼저 지나간 아주 가파른 삶의 길지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듯 등 돌려 가는 낙조에 몸을 묻는 해 어느 세월 바다에 잠들려 물결처럼 저리도 빠르게 흘러가며 이리도 발길 재촉하는 것일까 우리가 어느 계절에 인연 따라 만나 봄에 핀 꽃도 서로 바라보고 여름에 우거진 숲이 되기도 하고 가을에 수북한 낙엽을 밟기도 하고 겨울에 눈길 걸어 여기서 헤어지는데 이제 가슴에 남긴 것 모두 훌훌 버리고 미련 없이 떠나가는 이 시간 올해 아픔으로 쌓인 기억도 올해 즐거운 미소로 오던 기억도 모두 떠나보내면 추억으로 잊힐까 그래, 이 세상사는 것은 모두 그런 거야 언제 다시 어떠한 모습으로 만날지 모르지만 별이 가득한 추운 밤 모두 풀어내는 이 시간 마지막 달력 찢어내는 손길에 쌓이는 마음 깊이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 들으며 한 해 동안 가슴속에서 기른 새를 날려보낼까
밤 눈...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눈 내리는 밤에...서주홍 어릴 적 철둑 너머 눈 내리는 밤이면 어떤 낯선 나라처럼 하얀 벌판이 다가왔다 한밤 중 장막을 뚫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 낯선 나라로 달리던 꿈 같던 기적 소리... 한 올 한 올 쉰 내 목소리는 허물을 벗고 기다림에 언 마음을 밤새 눈이 녹여 주던 그 어릴 적 철둑 길에는 눈처럼 하얀 구레나룻을 한 건널목 간수 노인이 자꾸 자꾸 눈발에 넘어지는 외로운 신호등만 밤새 지키고 있었다
팔 벌려 펄 지나온 강물 끌어안고 솔바람 물결에 떨어뜨려 동무삼으라 주던 산 고향마을 품안에 끌어안고 어머니처럼 따스하게 다독여주던 산 키는 그저 보통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천 년전이었을까 모를 세월의 풍상을 몸으로 겪고, 보고 말할 수 없는 아픔 군데군데 상처로 남긴 산 아직도 솔바람은 여전히 불어 강물에 떨어뜨리고 있을 내 고향의 산에 눈 내려 발목을 덮으면 그리움엔 어느새 날개가 돋아나 파닥이고 산길에 쌓인 눈길에 찍히는 걸음, 걸음에 그리움 눈 도장이 되었던 고향마을의 그리운 산길 그리움은 그리움끼리... 그렇게 그리움이 그리움을 찾아 겨울을 걷던 아득한 날의 추억 하나 눈으로 내려 쌓이는데. (자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