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필 무렵 - 복효근 매화가 핀다 내 첫사랑이 그러했지 온밤내 누군가 내 몸 가득 바늘을 박아넣고 문신을 뜨는 듯 꽃문신을 뜨는 듯 아직은 눈바람 속 여린 실핏줄마다 피멍울이 맺히던 것을 하염없는 열꽃만 피던 것을… 십수삼년 곰삭은 그리움 앞세우고 첫사랑이듯 첫사랑이듯 오늘은 매화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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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22 곰삭은 그리움 앞세우고 ...
- 2020.02.09 선운사 동백꽃 ...
- 2019.11.19 가을이 가네 ...
- 2019.05.05 그리움
- 2019.01.08 그 모습 누가 볼까...
- 2018.12.30 마지막 보내는 시간 ...
- 2018.10.22 묻지도 않았는데 몸으로 대답하네 ...
- 2018.10.02 시월 ...
- 2018.07.13 소 나 기 ...
- 2018.02.17 내마음이 있는곳에 ...
- 2017.11.19 가을이 가네 ...
- 2017.09.06 구절초 사랑 ...
- 2014.08.16 그런 날이 있었지...
- 2014.08.02 여름밤...
- 2014.07.19 비와 그리움...
- 2014.07.10 칠월영상...
- 2014.06.21 밤꽃 피는 날 ...
- 2013.11.28 가을의 끝...
- 2013.11.21 가을이 지나면서 겨울을 남기고 ...
- 2013.11.14 그대도 이젠 늙었나봐...
적(寂)... 정일근 작은 등불을 밝히고 일주문 밖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전화를 거는 젊은 여승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녁부터 시작한 산사의 눈 공양은 새벽이 와도 그치지 않고 고요한 절 마당 위로 더욱 적요한 눈만 덮여 법도 말씀도 동백나무들의 뿌리마저 추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때 몰래 마음 문 열고 나와, 끊어진 세상의 길에 줄 이으며 파르스름하게 떨리는 목덜미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 누가 볼까, 눈발은 소리 없이 굵어졌지만 문 안에서 따라나온 긴 발자국들도 이내 숨어버렸지만
마지막 보내는 시간...이효녕 사람 하나 먼저 지나간 아주 가파른 삶의 길지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듯 등 돌려 가는 낙조에 몸을 묻는 해 어느 세월 바다에 잠들려 물결처럼 저리도 빠르게 흘러가며 이리도 발길 재촉하는 것일까 우리가 어느 계절에 인연 따라 만나 봄에 핀 꽃도 서로 바라보고 여름에 우거진 숲이 되기도 하고 가을에 수북한 낙엽을 밟기도 하고 겨울에 눈길 걸어 여기서 헤어지는데 이제 가슴에 남긴 것 모두 훌훌 버리고 미련 없이 떠나가는 이 시간 올해 아픔으로 쌓인 기억도 올해 즐거운 미소로 오던 기억도 모두 떠나보내면 추억으로 잊힐까 그래, 이 세상사는 것은 모두 그런 거야 언제 다시 어떠한 모습으로 만날지 모르지만 별이 가득한 추운 밤 모두 풀어내는 이 시간 마지막 달력 찢어내는 손길에 쌓이는 마음 깊이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 들으며 한 해 동안 가슴속에서 기른 새를 날려보낼까
낙엽....목필균
묻지도 않았는데
몸으로 대답하네
때가 되면
무성했던 시절도 덧없더라고
새순으로 쑥쑥
올라오던 사랑 노래가
황토 장마에 쓸려갔는지
가지마다 품어안던
무성한 기억들이
뚝뚝 떨어져 간다고
지폐보다 더 소중했던
눈빛, 목소리, 미소가
바람따라 주름지는 날에
마지막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아름다워서 눈물이라고
눈물이라서
가슴이 비워진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몸으로 대답하네
시월...목필균
파랗게 날 선 하늘에
삶아 빨은 이부자리 홑청
하얗게 펼쳐 널면
허물 많은 내 어깨
밤마다 덮어주던 온기가
눈부시다
다 비워진 저 넓은 가슴에
얼룩진 마음도
거울처럼 닦아보는
시월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지우며 가네
샛길도
샛강도
물수국 숨어 피던 배내골 그 깊은 곳도
그 사람 뒷모습같이 싸늘하네
어깨를 떨고 있는 내 그림자위로
낙엽들
앞서 길을 지우네
이제는 길을 내지 못하는
내 사랑이
겨울이 건널 강을 바라보네.
세월은 - 조병화
세월은 떠나가면서
기쁨보다는 슬픔을 더 많이 남기고 갑니다
봄 여름이 지나가면서
가을을 남기고 가듯이
가을이 지나가면서
겨울을 남기고 가듯이
만남이 지나가면서
이별을 남기고 가듯이
사랑이 지나가면서
그리움을 남기고 가듯이
아, 세월 지나가면서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빈 자리를 남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