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

스위시 2019. 1. 23. 18:03



        눈보라...최영미 새날이다. 밀린 빨래와 청소를 마치고 목욕까지 했건만, 헌 몸에 새옷을 걸쳐주고 드러누웠건만, 마음은 어제의 방구석에 쳐박혀 나오려 하지 않는다. 연말 세금 정산하듯 지난날들을 한꺼번에 처분하면 얼마나 좋을까. 23평의 정든 폐허를 서성였다. 그 많은 도시들... 이름 모를 거리와 후미진 골목들을 헤매고 숱한 방들을 들고 난 뒤에 만난 나. 지구를 몇바퀴 돌았건만 결국 내 속을 헤매었구나. 지도에도 없는 나라를 찾아서. 느닷없이 창가로 날아든 풍경 하나, 아우성치며 공중분해되는 하얀 눈송이들. 하얗게 돋을새김되어 되살아나는 그때 그 시간들. 허공에 박히는 추억의 파편들아. 부디 너희끼리 부딪쳐서 추락하기를... 지상에 닿자마자 녹아 스며들기를... 단단한 시멘트 벽을 때리는 바람소리만 휭휭, 사납게 미쳐 날뛰고 마음의 쑥대밭에는 눈보라친다. 용서하지 못할 오후가 뒤집어지려나.
Posted by 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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