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나희덕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산문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띄워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산문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 뿐이어서 
당신이름 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





Posted by 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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