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

스위시 2018. 8. 4. 12:03





나무 그늘... 박재삼 


당산나무 그늘에 와서 
그동안 기계병으로 빚진 것을 
갚을 수 있을까 몰라. 
이 시원한 바람을 버리고 
길을 잘못 든 나그네 되어 
장돌뱅이처럼 떠돌아 다녔었고, 
이 넉넉한 정을 외면하고 
어디를 헤매다 이제사 왔는가. 

그런 건 다 괜찮단다. 
왔으면 그만이란다. 

용서도 허락도 소용없는 
태평스런 거기로 가서, 
몸에 묻은 때를 가시고 
세상을 물리쳐보면 

뜨거운 뙤약볕 속 
내가 온 길이 보인다. 
아, 죄가 보인다. 



Posted by 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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