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박재삼 당산나무 그늘에 와서 그동안 기계병으로 빚진 것을 갚을 수 있을까 몰라. 이 시원한 바람을 버리고 길을 잘못 든 나그네 되어 장돌뱅이처럼 떠돌아 다녔었고, 이 넉넉한 정을 외면하고 어디를 헤매다 이제사 왔는가. 그런 건 다 괜찮단다. 왔으면 그만이란다. 용서도 허락도 소용없는 태평스런 거기로 가서, 몸에 묻은 때를 가시고 세상을 물리쳐보면 뜨거운 뙤약볕 속 내가 온 길이 보인다. 아, 죄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