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어제처럼 지나간 즈음....이연분
살아가는 것이 어디 기쁨 뿐이랴.
어둠을 달려오는 대숲의 바람들이
폐허같은 내 안을 엿보고있다
키 만큼이나 커다란 고독을 들이밀며
덩어리 진 몽울을 만지고 있다
오늘 하루쯤은 흔들리는 숲으로 울어주리라.
찰라의 기억까지 모조리 끄집어 내
폭풍 속의 나무처럼 울어주리라
너와 나의 가슴에 소통되지 않는
뿌리채 뽑힌 자작나무들
그 한 잎의 잎새처럼 파리해져서
나는 또 시름시름 앓고 있다
사랑으로 시작되어 아픔으로 끝나는
그 날이 어제처럼 지나간 즈음
그러나 이별로는 보낼 수 없어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리움을 놓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