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박소향 나는 너에게 목화꽃처럼 피어나는 뭉개구름이면 좋겠다 순백의 향기로 가슴 가득 떠다니는 솜털 같은 기다림과 잊지 않을 사랑 하나 혼자 못할 이별의 아픔이면 좋겠다 먼지나는 길 위에 나뭇잎만 벗이 되는 쓸쓸한 하늘 눈 속에 멈춰지는 시인의 넋처럼 이니스프리의 호도위로 떠도는 빛 비애로 젖은 물 위에 가슴을 씻어 내리며 나는 또 운다 누군가의 몫으로 거기 남은 목마른 사랑의 빚 슬픔의 껍데기를 계절의 옷처럼 갈아입고 한맺힌 노래를 그리움처럼 부르다가 나는 또 끝내 목메이게 아파할지 모른다 마음 속을 물들이는 가을 숲의 영혼 하늘 밑을 수놓는 낙엽의 수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빛고운 이 가을 나는 너에게 언제라도 잊지 않을 긴 그리움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