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밤의 추억...조한수 고향 마을 앞, 작은 시내가 멀리 산속에 있는 어둠을 느릿느릿 실어 나르기 시작하면 시냇가 우물 터 늙은 향나무 아래로 마을 어른들이 비닐 부채 하나씩 들고 모여 햇살에 익어 빨개진 여름밤을 쫓는다 까까머리 우리는 삼삼오오 어른들 눈을 피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다리 밑으로 숨어들어 서로의 다리를 사이사이에 끼우고 달과 별이 내려주는 비유와 은유를 마셨다 달빛에 씻고 별빛에 헹군 젖은 말들이 서로의 가슴으로 스며들면 우리는 젖은 얼굴을 반딧불에 말렸다 허리 잘린 밤, 풀벌레 울음소리 멎고 시냇물이 졸음에 겨워 길게 하품할 때 우리는 청포도처럼 파란 꿈을 가슴에 심었다 푸른 쟁반에 별이 소복이 담긴 그 여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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