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오면...박소향 여름날의 조각들이 잘게 부서지는 등굽은 길에 비가 그치면 멧새 앉았다 간 소슬한 자리마다 들국이 피고 바람에 갇혀 우는 갈대숲도 바보같은 그리움이 된다는걸 당신은 안다 홀로 뜨는 정염의 달이 조용히 우는 물결을 포옹할 때 까마득한 정신은 불륜의 섬이 되고 뜨겁게 달아오른 꿈 마져도 죄가 되는 가을 가을이 온다는걸 나는 안다 바보같은 사람들이 제 가슴에 하나씩 사랑의 씨를 심는 구월이 문을 열면 차가운 바람의 살을 지나 새하얀 종아리로 언어의 강을 건너던 당신의 가슴이 더 그리우리란걸 사람들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