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날에...시애 감춰둔 가슴 저 밑까지 이유없이 열이 채이던 날 취기처럼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비탈길을 그대로 브레이크 없이 달려보던 겁없던 첫 경험은 몇 길 낭떠러지, 아득한 논바닥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정신없이 나를 버리고 있었다 입술을 타고 흐르던 새빨간 선혈에 겁없이 목 축이며 범벅이 된 마음은 상처 난 몸을 이겨보려 애썼고 절름발이처럼 위로 또 위로 둑길 위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기어이 의지의 대척점을 돌아, 오기 같은 도전을 승리로 끝맺음하던 날 달음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며 번져오던 노을은 생경한 그날 밤 초경과 더불어 그해 여름날을 불지르고 있었다 두발로 선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성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