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날에 ...

스위시 2012. 7. 26. 18:45



그 해 여름날에...시애


 
감춰둔 가슴 저 밑까지 
이유없이 열이 채이던 날
취기처럼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비탈길을 그대로 브레이크 없이
달려보던 겁없던 첫 경험은
몇 길 낭떠러지, 아득한 논바닥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정신없이 
나를 버리고 있었다

입술을 타고 흐르던 새빨간 선혈에 
겁없이 목 축이며 범벅이 된 마음은 
상처 난 몸을 이겨보려 애썼고 
절름발이처럼 위로 또 위로 
둑길 위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기어이 의지의 대척점을 돌아,
오기 같은 도전을 승리로 끝맺음하던 날

달음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며 
번져오던 노을은
생경한 그날 밤 초경과 더불어
그해 여름날을 불지르고 있었다

두발로 선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성장시)

Posted by 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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