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 오는 봄... 바람에 실려 오는 설익은 봄은 그리움의 길 따라 타들어가는 갈증을 안개 속에 꽃 피우고 오늘 지나면 사라질 잔설들이 그늘 진 계곡으로 걸쳤는데 쌓인 세월이 무거워 추억을 털어내는 산만한 영혼은 한가로운 무아의 긴 휴식같은 산사에 머문다. 사랑은 간 곳 없고 파편처럼 갈등하는 세상에서 작은 바람에도 이승의 윤곽은 휘청거린다. 고개 숙인 희망이 모여 앉아 절망의 상처를 더듬고 그늘 진 마음 안에 싱그러운 새순의 향기 하나 피어내는..... 학처럼 살다 꽃같이 지더라도 어진 인간이 세상을 만들고 고귀한 질서에 생명을 걸었던 눈부신 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