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류제희 갈 곳 몰라 멈칫 멈칫 눈이 내린다. 서성거리는 갈잎같이 주막거리, 술꾼들도 조용해질 즈음 아버지 일생을 끌어오던 삼천리자전거가 삐걱삐걱 집모퉁이를 돌아오고 삼십촉 알전구로 밝혀둔 세상이, 보글보글 된장 뚝배기 졸아든 침묵의 헛간에서 들쥐들이 어둠의 뿌리를 갉아먹는 소리 사각사각 들려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하루도 무사하지 않았던 그 나날들처럼 동상 걸린 오늘을 쓰다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