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래 1 ... 백창우 내가 찾던 건 무엇일까 내가 그리던 건 무엇일까 저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속에 난 왜 여기 서 있는 걸까 내 노래를 들어주던 고운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씩 촛불을 들고 다 어디로 간 걸까 저 우뚝 선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면 난 외로워지네 담배 하나 붙여 불고 돌아서 가는 길에 어둠이 달려오네 저 두고 가는 도시의 어느 외진 방에선 누군가가 잃어버린 사람 때문에 울고 있진 않을까 먼집을 지나온 낯선 바람이 어릴 적 외우던 프랑시스 잠의 슬픈 시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그동안 잊고 있던 쓸쓸한 기억들이 날 춥게 하네 더운 가슴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 누가 날 맞아줄까 저녁 노래 2 ... 이 추운 날, 너에게 소주 한 잔 사줄 돈이 없구나 이 쓸쓸한 저녁, 너에게 막걸리 한 사발 받아줄 돈이 없구나 불빛 고운 거리에 바람은 차고 어깨에 내린 어둠은 무겁기만 한데 가난한 우리, 갈 곳이 없구나 지친 두 몸, 쉴 곳이 없구나 공중전화 박스 앞엔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때묻은 수첩엔 이름이 몇 개나 적혀 있을까 ............ ............ ............ ............ 빈 주머니엔 마른 제비꽃 한 송이 어느 들을 지나다 따 넣은 걸까 야윈 손 끝에서 부서지는 그 꽃잎이 마치 우리들의 모습 같구나 조금 서글프긴 해도 아직은 괜찮지 네가 살아 있고, 또 내가 살아 있는걸 내 가슴 한 잔 너에게 줄까 내 노래 한 사발 너에게 줄까 우울한 네 얼굴 맑게 웃을 수 있다면 언 너의 손 따뜻하게 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