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을 밟으면...목필균 그 옛날 공지천을 떠돌던 안개 배인 블라우스 같은 사랑을 노래했던 시인이 생각난다 젖은 듯 젖지 않은, 젖지 않은 듯 젖은 사랑이란 블라우스는 온몸에 감겨들더라고 바작바작 말려버린 대지에 그리움만 길어다 쏟아 부어 산울림마저 피울음인데 열 손가락으로 다 헤쳐지지 않는 기다림이란 뿌리 깊은 미련만 남아 떨구어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눈물로 노랗게 물들이다가 붉게 타버리다가 갈색으로 탈진한 한숨까지 모두 한 몸으로 울고 있는 이 밤 끙끙 앓는 계절병이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