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최지은 1. 이렇게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밤이면 외등이 서있는 조용한 곳에서 발자국 하나 없는 길을 걸으며 하얀빛으로 흩날리는 그리움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습니다. 나뭇가지 위에서 바람이 몇 번 몸부림치면 그리움이 툭툭 떨어지고 쌓여 가는 눈발 속에서 내 마음은 벌써 님의 창가로 달려갑니다. 이렇게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밤이면 진실로 사랑한다는 눈빛으로 님의 마음 한 가운데로 향해 사랑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2. 밤새 눈이 내려 푸른 산이 흰 꽃으로 피어나고 이 세상 가장 고운 언어들이 춤을 춥니다 -----부드럽습니다. 흰 깃털을 자꾸 퍼덕여 모든 슬픔을 덮어 버리고 눈 사이에 순금으로 묻어나는 햇빛과 내 잔잔한 미소와 함께 하는 이 순간 -----행복합니다. 얼어붙은 추위를 몸밖으로 밀어내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창 밖의 풍경들 -----따뜻합니다. 눈물만큼 맑은 세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그대 곁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요 이제 막 피어나는 눈 꽃송이처럼 3. 금당산 언덕 배기에 흰눈이 쌓여 눈이 부십니다. 추운 겨울밤이 앉았다 간 자리에 수줍게 피어있는 눈꽃송이를 보며 깊이와 높이를 잴 수 없는 우리들의 사랑을 펼쳐 봅니다. 고요가 흐르고 평화가 흐르는 이 순간 뜨거운 마음으로 두 손 마주 잡고 뜨거운 가슴으로 두 눈빛을 바라보며 뜨거운 입김으로 우리의 소중한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온몸으로 반짝이는 사랑노래를 4. 찬바람은 내 입술을 스쳐가고 마른나무 가지에 피었던 눈꽃들은 길 잃은 내 마음 위에 흩어져 있어요 오늘도 나는 모양 없는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고 뽀드득, 뽀드득----- 눈길을 걸어요 발자국을 남길수록 진하게 우러나오는 그리움의 향기를 마시며 적막을 뒤집어 쓴 채 어느새 당신을 향하고 있어요 뽀드득, 뽀드득----- 쉼 없는 발걸음으로 5. 밤하늘에 달빛이 곱게 피어나도 얼어붙은 내 가슴 풀리지 않아 눈물을 훔치며 잠들지 못합니다. 거칠게 숨을 토해내고 차가운 몸뚱이 하나 움켜잡아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과 당신께 바라는 사랑 모두 버리고 이 밤은 가난한 여인이 됩니다. 얼음장 겨울이 지나면 곰실 곰실 병아리 봄이 다시 찾아올까요? 이렇게 외로운 밤이면 이별연습을 합니다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