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지 ...

스위시 2010. 1. 31. 13:50




겨울편지...최지은 



1.
이렇게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밤이면
외등이 서있는 조용한 곳에서 
발자국 하나 없는 길을 걸으며
하얀빛으로 흩날리는 
그리움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습니다.

나뭇가지 위에서 바람이 몇 번 몸부림치면
그리움이 툭툭 떨어지고
쌓여 가는 눈발 속에서 내 마음은 
벌써 님의 창가로 달려갑니다.

이렇게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밤이면
진실로 사랑한다는 눈빛으로 
님의 마음 한 가운데로 향해 
사랑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2.
밤새 눈이 내려 
푸른 산이 흰 꽃으로 피어나고
이 세상 가장 고운 언어들이 춤을 춥니다
-----부드럽습니다.

흰 깃털을 자꾸 퍼덕여 
모든 슬픔을 덮어 버리고
눈 사이에 순금으로 묻어나는 햇빛과 
내 잔잔한 미소와 함께 하는 이 순간
-----행복합니다.

얼어붙은 추위를 몸밖으로 밀어내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창 밖의 풍경들
-----따뜻합니다.

눈물만큼 맑은 세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그대 곁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요
이제 막 피어나는 눈 꽃송이처럼


3.
금당산 언덕 배기에 
흰눈이 쌓여 눈이 부십니다.

추운 겨울밤이 앉았다 간 자리에
수줍게 피어있는 눈꽃송이를 보며
깊이와 높이를 잴 수 없는 
우리들의 사랑을 펼쳐 봅니다.

고요가 흐르고
평화가 흐르는 이 순간
뜨거운 마음으로 두 손 마주 잡고
뜨거운 가슴으로 두 눈빛을 바라보며
뜨거운 입김으로 우리의 소중한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온몸으로 반짝이는 사랑노래를


4.
찬바람은 내 입술을 스쳐가고
마른나무 가지에 피었던 눈꽃들은
길 잃은 내 마음 위에 흩어져 있어요

오늘도 나는
모양 없는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고 
뽀드득,
뽀드득----- 눈길을 걸어요

발자국을 남길수록
진하게 우러나오는 그리움의 향기를 마시며
적막을 뒤집어 쓴 채
어느새 당신을 향하고 있어요

뽀드득,
뽀드득----- 쉼 없는 발걸음으로


5.
밤하늘에 달빛이 곱게 피어나도
얼어붙은 내 가슴 풀리지 않아
눈물을 훔치며 잠들지 못합니다.

거칠게 숨을 토해내고
차가운 몸뚱이 하나 움켜잡아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과
당신께 바라는 사랑 모두 버리고
이 밤은 가난한 여인이 됩니다.

얼음장 겨울이 지나면
곰실 곰실 병아리 봄이 다시 찾아올까요?
이렇게 외로운 밤이면 이별연습을 합니다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Posted by 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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