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수유 ...박종영 오랜 침묵으로 잎 진 가지들이 낮은 석양에 오돌오돌 사무친다 찬란했던 노란 웃음도 지금은 붉은 꽃으로 시들고, 찬바람은 외길 하나 만들어 놓고 흘러가라 타이른다 메마른 산수유 한 개를 딴다, 움쑥 떨어지는 붉은 살 자국, 저건 오욕으로 더럽힌 세상 씻어내는 눈물인가? 오늘은 누군가 하늘 흔들었나, 첫눈이 오네, 질박했던 봄의 향연, 그토록 절실한 몸뚱이 분칠하고 으스댈 때는 이렇게 추운 겨울을 혼자 지킬 줄 몰랐다 전부 떠나가고 외롭게 남아 오늘도 꽃등 켜고 화 푸는 겨울 산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