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 양현근 


세월은 소멸하고 
기억은 항상 색채만 남는 걸까 

기쁨에 익숙하지 못하여 
빛고운 날들은 
여름나절의 소나기처럼 
언제나 급히 지나가 버리고 

그리움의 빛깔로만 
온 세상을 나눌 수 없어 
멀미나는 삶의 무게 
성긴 손으로 더듬다가, 더듬다가 
그리운 이름만 자꾸 쌓는구나 
가슴속에 돌만 잔뜩 쌓이는구나 

연두빛 봄날은 
저리도 소리 없이 가버렸는데
Posted by 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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