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편지...김기만
하늘은 손톱 색이다
흐린 얼굴 속에
분홍빛 피가 흐른다
노을은 언제나 슬프고
바람은 투명한 심술로
숲 속의 나무들을 흔들었다
가슴도 없는 내 가슴에도
바람이 하나 맴돌다 지치고
벼랑에선 주인 없는 그리움들이
꽃잎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울음소리로 흩어지는 옛 이야기들이
도란도란 노을 속으로 밀리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지워질 때
봄조차 두려운 짐승의 눈빛 닮은 내 모습만
별 부서지는 어스름이 되도록 창가에 앉아
쓰고 또 지우고 다시 쓰는 사월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