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시

기다림의 바람소리 ...

니카 2018. 1. 1. 17:34






바람소리...곽재구 

 
새미골 
이 첨지는 
올 겨울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가
자꾸만 서러웁다네

댓잎 속에 
깃을 친 겨울새들
살 부비며 함박눈 날리는 하늘로 
촤 솟아오를 때

아랫집 
길주할멈
스무 살 청상이 된
눈빛 참 맑은 가시내
쇠죽 쑤는
이 첨지 곁 다가와
아궁이에 마른 솔잎 한줌 던져주기도 하다가
혜산선 기차 타고 삼수갑산 원족가던 여학교 때 이야기도 하다가

콜록콜록 눈 속에 파묻힌 고향집들
그날의 그리움들 불빛 속에 떠올리기도 하다가
기침소리 끝나면 
눈벙거지 쓴 장독대 곁에 서서
오래오래 북녘 땅 바라봅니다

내일 모레가 설날인데
눈이 펑펑 곱게도 오는데
그리운 사람들의 기척도 들리지 않고
오십 년 기다림의 바람소리만 
서러운 댓잎을 스쳐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