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시

사월에 걸려온 전화 ...

니카 2012. 4. 17. 14:58



사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